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다
배려와 희생으로 당당히 이름을 찾아내다
칠곡군 최옥수 씨
필요한 곳에 가다 보니, 어느새 직업으로
칠곡의 발마사지 봉사단의 최옥수 씨는 새마을 부녀회를 계기로 봉사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봉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가, 하다 보니 현장에 봉사할 일이 무궁무진했습니다.” 봉사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그녀는 양로원 반찬 봉사나 빨래방 봉사, 김장 봉사를 다니 면서 점점 봉사의 보람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감정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쫓다 보니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자원봉사자’가 직업이 되어 버렸다. 남편과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는 하루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다니는 하루로 일상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봉사를 하면서 힘든 점 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이웃들을 배려하는 마음, 함께 어려운 일을 하는 봉사 자들 간의 배려, 함께 만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봉사는 배려와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발마사지 봉사단 회장뿐만 아니라, 칠곡군 의용 소방대 대장에서 이제는 동명 여의용소방대 대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한 가지 분야의 봉사뿐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그녀의 하루는 가족이나 자신을 위한 시간보다는 이웃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사실 그녀는 특별한 재주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듯 수많은 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봉사에 대한 그녀의 열정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어딘가 분명히 있을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생각들은 여러 봉사활동들로 그녀를 이끌었다. 한 사람이 여러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자신 앞에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 주위에 보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자원봉사란 배려와 만남이라고 한다.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 나눔을 함께 하는 회원들과 봉사자들을 통해 배려를 배우고, 나눔이 필요한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이 또 다른 도움의 손길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알려주기도 한다.
수업에서 봉사로
발마사지 봉사단인 ‘발사봉’은 노인분들에게 정기적으로 발마사지 봉사를 하는 단체 이다. 발사봉 회원들이 처음부터 단체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칠곡군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발 마사지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단순한 수업이 봉사단체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수업을 함께 받은 40여 명의 수강생들 중 20명 정도가 모여 ‘발사봉’을 결성하게 되었다. 비록 그들은 발 마사지의 기초 정도밖에 몰랐지만 배운 것들을 어르신들에게 나누고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은 기술이라도 나누기 위한 그들의 진심은 그들을 더욱더 함께하게 만들었다. 최옥수 씨는 이제 회원들과 하나의 봉사단체로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마사지 봉사라는 것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면그 피로가 다 사라지죠. 그 순간들 때문에 계속해서 봉사를 해오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발을 만진다는 것이 썩 유쾌하 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사지를 오랜 시간 하다보면 손이 저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회원들 모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끝나면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의 감사 인사에 그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자신들이 고생 하는 그 짧은 시간에 평생의 피로가 조금이라도 씻길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녀와 회원들은 더욱 봉사활동을 그만둘 수 없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긴 시간이 흐른 후 태풍이 되는 것처럼, 자신들의 작은 나눔과 배려가 받는 사람에게 큰 고마움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보람으로 다가온다.
조금씩, 함께
어느 누군가는 그녀가 가족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수많은 봉사활동을 해나갈 수있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어느 자원봉사자나 똑같지만 가족이 제 원동력입니다. 가족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제 시간을 오랫동안 쏟을수 없죠.”
그녀는 가족에게 받은 배려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있다. 가족들의 배려 역시 그녀와 함께 나눔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감사히 여긴다. 그리고 그 감사는 그녀가 선택한 삶을 아무런 비난 없이 이해해준 가족 들에게 향한다.
그러나 가족들만이 그녀의 원동력은 아니다. 함께하는 자원봉사자 동료들 역시 큰 원동력이다. 봉사라는 것은 함께해야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힘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큰 힘이 어쩌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씩,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녀가 칠곡군 의용소방대 대장을 역임하던 때에 큰 화재가 일어났었다. 그때 그녀는 함께한다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의용소방대에서 피해를 입은 분들께 50만 원의 기금을 전달했고, 그것을 알게 된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조금씩 모은 성금을 다시 전달하게 되었다. 그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였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큰 도움, 관심
분명 봉사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몸의 고단함보다 더 많은 이웃에게 마음을 나누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한다. 피로는 쉬면 쉽게 사라지지만, 미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봉사할 곳을 선택해야 할 때, 항상 가지 못한 곳의 사람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하고 죄송스럽다. 그것 말고는 봉사활동에서 느끼는 힘든 점은 없다. “사람들은 보통 자원봉사를 희생을 동반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분명 어려운 일은 맞아 요.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에게 할애하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봉사에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에요. 봉사활동은 돈 많고 재능 많은 사람 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자원봉사는 항상 인력이 부족한데, 그것은 봉사가 거창한 것을 기부하거나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최옥수 씨는 많은 봉사활동을 통해 그 생각이 잘못되었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독거 노인분들께 반찬을 배달하는 봉사를 할 때, 다른 댁에도 배달을 가려고 일어서면 그게 못내 아쉬워 계속 붙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관 심’이야말로 정말 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단 1분이라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다 면, 그것 역시 봉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봉사를 어렵다고 생각하고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주위의 소외된 이웃에게 한 마디의 인사, 한 마디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또한 봉사가 될 수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