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 피어난 굳건한 온정
- 포항시 지진 피해 복구 자원봉사 활동 -
우리나라에서 강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 달여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에 공포로 남아 있는 그 날.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을 빠르게 복구시키고 피해 주민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에 포항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일상을 흔들어 놓은 지진
11월 15일. 수능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 강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수능이 연기됐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러야 할 학교의 벽에는 금이 갔다. 주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는 흔들린 땅의 강도만큼이나 아수라장이 되었다. 놀란 사람들은 밖으로 뛰어나왔고, 많은 주민들은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이재민으로 남았다. 3~4도나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라 불리는 곳도 생겼다.
포항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공공건물 126곳, 학교 110곳, 항만 29곳, 도로 22곳 등 공공시설 404곳이 지진 피해를 입어 응급 복구됐다. 주택은 2만 8698채, 상가 1994개소, 공장 154곳 등 민간시설 3만 878개도 크고 작은 피해로 인해 긴급 복구를 완료했다. 지진 피해 복구는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의 위로
경상북도종합자원봉사센터와 포항시자원봉사센터는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 현장자원봉사센터를 마련하여 지진 피해로 고통받는 이재민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사랑의 밥차 또한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임시로 마련된 대피소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봉사를 시작했다. 850여 명의 식사를 첫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끼니를 챙기고 있다. 단순히 점심 혹은 저녁만 제공하는 급식봉사가 아니라 삼시 세끼를 챙겨야 하는 대피소의 특성상 봉사단원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침 준비를 위해 새벽 4시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저녁 배식을 마무리하고 나면 밤 9시가 훌쩍 넘어 있기 마련이다. 사랑의 밥차 포항지부 임지혜 국장은 열악한 봉사 환경 속에서도 따뜻한 밥 한 끼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었다. “사랑의 밥차 식구들만 있었다면 힘든 봉사였겠지만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셔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날도 점점 추워지고 있고, 힘든 일을 겪은 분들에겐 정성 담긴 따뜻한 밥 한 끼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피로를 풀기 위해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거나, 링거를 맞아야 하는 일정이지만 그럼에도 늘 고정된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이재민들과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가장 기본적인, 식사가 주는 위로는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맞닿은 손길, 전해지는 온기
지진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재민들.
대피소에 마련된 정신건강 상담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은 주민들만 벌써 8,683명에 이른다. 이처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지진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마음만큼이나 우려되는 것은 이재민들의 건강이다.
추워진 날씨 탓에 온열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체육관을 비롯한 대피시설 바닥에는 온기가 없어 고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이다. 특히 지진 피해를 입은 가정에는 어르신들이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처럼 불편한 환경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이재민들을 위해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건강마사지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불편한 몸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것은 물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건강마사지봉사단. 포항시자원봉사센터 건강마사지봉사단 박학철 봉사자는 사람의 온기가 전해주는 위로의 힘을 믿기에 더욱 열심히 안마를 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닥친 일에 이재민들이 많이 놀라서 몸이 경직되어 있더라고요. 마사지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위로를 전할 수도 있죠. 몸도 마음도 이전보다 개운해진 이재민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재민들의 요청으로 철수 예정 기간을 훌쩍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강마사지 봉사활동. 추운 겨울, 마주한 손길을 통해 지진의 아픔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든든하고 안락한 집을 선물하다
어느덧 12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워진 겨울을 실감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살던 집이 파손된 이들이 한 달 넘게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경북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집수리봉사단이 포항을 찾고 있다. 거제도에서는 37명의 집수리봉사단원들이 방문하여 흙더미가 덮친 집안 정리는 물론, 도배까지 마무리, 한시 빨리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픈 이재민들을 도왔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라도 등지에서도 집수리봉사단이 방문, 피해를 입은 주택을 수리하여 이재민들에게 든든한 집을 선물했다.
“집수리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르신들 힘만으로는 복구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해 소파(작은 주택 피해)를 입은 주택이 2만 가구가 훌쩍 넘습니다. 포항시 집수리봉사단의 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여러 지역 집수리봉사단의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미 다양한 지역에서 포항시에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집수리 자원봉사자들 또한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든든한 집, 안락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 어린 손길을 보태고 있었다.
긴박하고 참혹했던 재난의 현장이 정리되고 있다. 안정을 찾아가는 그곳에는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포항의 이재민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는 이들의 힘도 담겨 있다. 포항, 그곳은 흔들렸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굳건한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2017 하반기 더봄 매거진 수록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