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원봉사의 트랜드
김 병 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사무국장
‘대학사회봉사’는 단순하게 “대학에서 하는 봉사”라거나 “대학생들이 하는 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사회봉사는 통상적인 사회봉사(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여기서는 ‘사회봉사’와 ‘자원봉사’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와 다른 부가적인 의미와 지향점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자원봉사를 정의할 때 우리는 무대가성(무보수성), 자발성, 이타성, 공익성, 지속성 등의 개념적 특성을 열거한다.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제2조는 여기에 비영리성, 비정파성, 비종파성 등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에 비하여 대학사회봉사는 대학에서 익힌 지식과 기술을 학교 밖에서 봉사활동을 통하여 직접 활용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힘과 동시에 공익에 보탬을 주는 자원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타적 봉사활동과 더불어 봉사 준비와 봉사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학습 효과를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사회봉사를 인간화 교육방법 또는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 실천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단순 근로활동이나 나눔활동에 비하여, 봉사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지식이나 기예를 수혜자에게 제공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양, 지식,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대학가의 문화로 자리잡은 사회봉사
대학생들이 얼마나 봉사를 하는지에 관한 조사는 이제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서양에서 처음 대학들이 설립되었을 당시부터 대학은 교육, 연구, 봉사를 3가지 기능으로 표방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적 의미의 대학들이 설립된 이래로 선배들의 지역개발과 사회개혁을 위한 학생운동과 농활, 야학과 같은 자랑스러운 유산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대학에서는 뒤에서 보는 다양한 이유로 사회봉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를 넘어섰다.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 기타 다양한 행사에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변의 이웃돕기 마음내기는 우리사회의 문화로 이미 자리 잡았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대학생활 필수과정으로 여겨졌던 어학연수보다 오히려 봉사활동을 더욱 중요시하는 상황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예컨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이하 ‘대사협’이라 한다)가 2012년 여름방학에 파견하는 한국대학생 해외봉사단 24기 326명 모집에 전국적으로 2,602명이 지원할 정도의 높은 경쟁률이 우리 대학생들의 해외봉사에 대한 열기를 대변해주고 있다(http://kucss.or.kr).
최근 대학에서 사회봉사가 보편화된 배경에는 창의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 1. 5.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창의 인성 교육 기본방안’에 따르면, 지식기반사회·정보화사회·세계화사회·다원화사회로 설명되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여 미래 교육은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학생들의 잠재력과 바람직한 가치관을 찾고 키워주는 교육을 통하여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학생을 교육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정책은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전 과정에 걸쳐서 요구되고 있는데, [그림 1]에서 보듯이 창의적 체험활동, 입학사정관제, 대학의 봉사활동 역량강화 등의 실행 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봉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2011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대학기관평가와 정보공시제에서 평가지표로 ‘대학의 사회봉사 역량’을 추가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먼저 대학기관평가의 경우, 4년제 일반대학에 대한 평가준거로 ‘사회봉사 정책’(6.1.1), ‘사회봉사 활동 지원’(6.1.2)를 삽입하였고, 전문대학에 대하여는 평가준거로 ‘대학의 사회적 책무’(9.1.2)라는 평가요소를 삽입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과 전문대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보공시 지침에서도 ‘대학의 사회봉사 역량’(11-마)를 추가하였고, 그 내용을 대학/전문대학의 기관평가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http://www.academyinfo.go.kr).
이러한 정책의 영향으로 개별 대학은 사회봉사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고, 교과목 이외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대학마다 사회봉사단(센터)를 다투어 신설하고 있다. 대사협의 2008년 조사 당시, 118개교가 사회봉사 교과목 개설하였으나 2010년에는 조사대상 169개교 중 138개교가 교과목을 개설하였고, 2과목 이상을 개설한 학교도 57.2%나 된다[표 3]. 위 조사결과는 2010년 상황이지만, 대학평가와 정보공시제에 사회봉사 지표가 추가된 2011년 이후에는 더 많은 대학이 교과목을 개설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표 4]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별 대학은 1학기 32시간 중 사전교육 2시간을 제외한 30시간을 사회복지시설 등 기관에서 봉사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교양선택 일반’으로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일단 한 학기에 30시간의 봉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대학사회봉사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처럼 대학사회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대학은 이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을 서둘러 개편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봉사에 참여한 학생 개인은 물론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운영하고 지도하는 교직원들의 보고를 통해서, 대학사회봉사가 가지는 다음과 같은 독특한 교육적 효과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째, 봉사를 통한 사회문제의 인식이다. 최근 들어 초중등 교육단계에서도 창의적 체험활동을 어느 정도 경험하지만, 대학 진학 후 비로소 자발적 내지 대학의 장학정책에 따라 다양한 봉사기회에 그동안 건성으로 보아오던 사회문제에 구체적으로 부닥치고 고민하게 된다. 봉사 현장에서 체감하는 빈곤, 실업, 비행, 다문화, 불균형성장, 국가간 격차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둘째, 봉사 과정에서 합리적 의사형성 방법을 학습한다. 봉사는 개인보다는 동아리 또는 일정 규모의 그룹을 구성하여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학생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인식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봉사팀 내부에서 자발적 토론과 합의를 거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합리적 의사형성 방법을 실질적으로 학습하며, 그로 인하여 공동체 의식 함양 나아가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봉사는 창의성, 인성 계발에 직결된다. 창의성 계발은 이른바 몰입적 사고를 통해서 가능한 것으로 본다. 수동적 교육방법으로 이러한 학습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봉사현장에서 충격적 상황을 체험하고 비로소 어떤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적이고 몰입적 태도를 보이게 되며 이러한 과정이 창의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창의인성 교육 기본방안(2010)도 이러한 사회봉사의 독특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넷째, 봉사는 지식과 기술 향상의 지름길이다. 대학사회봉사 개념 정의에서 본 것처럼, 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을 봉사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활용을 통하여 학습을 강화하고, 이른바 “가르치면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봉사학습(service-learning)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공연계봉사가 보편화된 상황이 이를 대변해준다. 평생봉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공연계봉사는 재능나눔 형태로 진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전개하게 된다(pro bono publico).
다섯째, 봉사는 사회통합에 불가결한 활동이다. 2007년 태안 기름제거 활동에서 보듯이, 태풍이나 산불 등 각종 국가적 재난 발생시 학교 안과 밖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모두가 하나 되어 사태해결에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보수적 우파 정권의 집권시 정책적으로 경쟁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낙오자를 낳게 되고 양극화 문제가 등장하는데, 그러한 사회적 갈등과 계층간 괴리를 완화하기 위한 봉사활동 지원은 중요한 국가 정책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봉사의 양에서 질로
이제 대학사회봉사 없는 대학생활은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붐을 이루고 있는 봉사 열기를 봉사의 본래적 취지에 맞게 나아가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질적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대학은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적정수 관리 인력 배치를 비롯한 봉사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나아가 창의인성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봉사는 교육의 완성”이라는 시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거시적으로는 봉사의 수요와 공급을 매치시키고 대학사회봉사 문제 전반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별 봉사자가 사고 및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봉사에 임할 수 있는 통합적 관리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사후적으로 신체적 상해나 각종 장비의 손괴나 분실에 따른 손해 전보를 위한 보험제도 확립도 시급한 해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 사회봉사의 자발성에 비하여 대학사회봉사는 학교가 개설한 각종 교과목을 이수하거나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봉사결과에 학점을 인정하거나 실비 명목의 봉사활동비가 지원되는 경우 봉사의 자발성이나 비대가성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 내외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으나, 대학사회봉사는 평생봉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봉사를 학습하는 것이고, 초기에 비자발적 이기적 동기로 봉사에 참여하였더라도 봉사 기회를 통하여 봉사의 참 가치를 깨닫고 평생봉사자로 거듭나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본 글은 Volunteer 경북 매거진 2012년 여름호에 수록된 칼럼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