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너지 기술로
인류에 도움…
손범준(포항제철고등학교 3학년)
고3은 얇은 유리잔 같은 시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굳건한 신념으로 믿음을 주는 학생이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과학 인재이면서도 다수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포항으로 달려가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나무숲에서 학생을 만났다.
포항제철고등학교는 전원적인 느낌을 주었다. 나무들이 건물을 거의 가릴 만큼 우거져 있었다. 마치 인재는 자연으로부터 난다는 것을 웅변하듯이.
10년 후가 기대되는 학생
포항제철고등학교 손범준 군은 ‘대한민국 인재상(2015)’을 수상했다. 손 군은 2014년 직접 디자인한 스마트 워치를 상표로 특허 출원했으며, 포스텍 교수와 함께 ‘청소기 handle grip 위치설계’ 연구를 통해 IT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상이다.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인재를 발굴‧격려하기 위해 2001년부터 제정‧시행하고 있다.
경상북도 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했다. 동아리부문에서 경상북도지사상을 받았고, 개인부문에선 경상북도교육감상을 수상했다. 우수한 인재의 사회에 대한 마인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원봉사 활동 이야기
영화 <포화 속으로>를 감명 깊게 보았다고 했다. 영화 속에는 총도 잡아 보지 못한 71명의 학도병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를 보고 포항이 6‧25 격전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손 군은 “포항에 왜 그렇게 현충 시설이 많은지를 알았다”고 했다.
손 군은 곧바로 ‘학도의용군 나랑사랑청소년봉사단’에 가입했다. 현충 시설을 탐방하고 청결 활동을 했다. 현충일을 비롯해, 매년 8월 11일 전몰학도의용군 추념식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손 군은 “고령의 생존 학도병인 손대익(83세) 어르신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7남매의 맏이인 어르신은 생물학자가 꿈이었는데, 전쟁에 참전하는 바람에 과학도의 꿈을 포기했다”며 안타가워 했다.
네팔에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평소에 손 군은 제3세계의 지역적 조건에 맞는 기술인 ‘적정기술(適正技術)’에 관심이 많았다. 네팔 현지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 활동을 한 것이다. “활동 기간이 중간고사와 겹친 것이 아쉬웠지만 성적보다는 네팔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의 활동도 중요했지만, 친구도 열심히 사귀었다고. 가벼운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해졌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페이스북이나 메일 등으로 연락했다. 귀국한 지 석 달 정도 되었을 때,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네팔 현지에 급히 연락해 다행히 친구들의 인명 피해가 없다는 소식에 안도하기도 했다.
청소년기 자원봉사에 영향 준 두 멘토
손 군의 첫 번째 멘토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이며, 언제나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는 것. 길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손 군의 맹렬한 자원봉사 활동은 우선은 아버지의 영향이었다고.
“빌 게이츠도 존경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나이가 들어서 부부가 재단을 설립했는데, 많은 기부 활동을 한다는 것. 만약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의 몇 개 국가는 살기 어려웠을 거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신에너지를 개발하고 싶어요.”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하겠다”고도 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어 하는 소년. 계획이 이루어질 거라고, 눈빛이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