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할머니와
아이들이 만드는
사랑의 체험
받는 이보다 주는 이가 행복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고
할머니들에게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파파 할머니 봉사단과 아이들은
이렇게 서로 주면서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파파(皤皤)는 ‘희다’는 뜻이다.
머리털이 하얗게 센 모양이나 그 하얀 머리털을 말한다. 그래서 파파 할머니를 보면 삶에서 온전히 뒤로 물러섰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외로울 것이라고도 짐작한다.
그런데, 봉화군에는 흰머리 휘날리며 즐겁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파파 할머니 봉사단’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며 함께 체험을 나눈다. 어떤 분들일까?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봉화를 찾았다.
먹을까 말까 푸드아트
‘파파 할머니 봉사단’은 연꽃어린이집과 협약을 맺고 연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월의 ‘먹을까 말까 푸드아트’는 올해 세 번째 활동이다. 5월에는 ‘딸기 체험’, ‘사탕 부케 만들기’로 팀워크를 다진 바 있다.
유월 하순의 차분한 날씨. 연꽃어린이집(봉화읍 삼계리 소재)에서 9명의 파파 할머니와 16명의 아이들이 만났다. 세 번째 만난 할머니들과 아이들은 낯이 익은지 서로 부둥켜안고 심하게 몸 인사를 나눈다.
이내 삼삼오오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만의 예술 세계를 펼친다. 뻥튀기 과자를 바탕으로, 그 위에 ‘꼬깔콘’, ‘크래커’ 등을 붙이며 얼굴 모양의 작품을 만든다.
세규(6)는 활동을 하다가 자꾸만 과자를 먹는다. ‘먹을까 말까 푸드아트’의 홍보대사인 양 야금야금 바삭바삭 먹는다. 엿물로 열심히 과자를 붙이던 서희(6)는 “과자를 다 만들어서 빨간 앵두반 아이들 먹일 거예요”라며 웃는다.
파파 할머니의 미운오리 백조만들기
프로젝트명은 ‘파파 할머니의 미운오리 백조만들기’다. 어느 지역에나 ‘미운오리’는 있기 마련. 연꽃어린이집에는 다문화 가정,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봉사단은 아이들이 백조처럼 날개를 펴도록 돕는다.
파파 할머니 봉사단은 은퇴 어르신들이 다시 뭉친 팀이다. 봉사를 통해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고,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한다는 것. 이것이 할머니 봉사단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박사남(70) 봉사단장은 “봉사를 통해 은퇴자, 귀농인 들이 단단하게 묶였어요”라고 자랑했다. 농촌은 이제 식구도 단출하고 외로운데, 모임을 통해 친구와 손주가 생기니 더욱 좋다는 것.
연꽃어린이집은 대환영
“아이들이 어른과의 관계를 받아들여요. 이젠 팔 벌리며 안기거든요.”
연꽃어린이집 김은경(47) 원장은 연신 싱글거렸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많아 2014년부터 봉화군봉사센터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목욕 봉사 등으로 시작해 올해는 파파 할머니 봉사단과 함께해 행복하다는 것.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저희도 도움이 많이 돼요.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면 해요.”
봉화에 뿌리내리는 자생력
“아이들에게 할머니들의 정서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아울러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현재까진 아주 좋은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기획한 봉화군자원봉사센터 박성희(50) 팀장의 말이다. “파파 할머니 봉사단원들은 자주 모이시고 서로들 친해졌다”는 박 팀장은 “사업 종료 후에도 계속해서 다른 기관으로 연계하기로 했다”며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마침내 ‘자생력’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파파(皤皤)는 ‘희다’는 뜻이다. 머리카락만 하얀 게 아니라 마음까지 하얗다는 뜻이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보듬어 주는 여유가 있다면 행복할 게 아닌가. 어르신에서 아이에게로 전해지는 세대 간의 훈훈한 정, 우리 삶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하얀 마음, 하얀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