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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강영상 씨>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한 사람의 든든한 오늘이 되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한 사람의 든든한 오늘이 되다


포항시 강영상 씨


 





 






 






 



익숙한 이름의 낯선 경험


젊은 시절 군대에서부터 방사선사로 활약한 강영상 씨는 현재 포항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을 병원에서 일해 온 그에게 호스 피스병동은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 다. 같은 병원에 존재하나 그에게 호스피스 병동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었다.





 



처음 봉사활동은 도서관 봉사였습니다. 2008년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다가 우연히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권유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나이 많은 나를 누가 써주겠냐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저를 너무나 너그럽게 받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호스피스 병동은 외딴 섬과 같다. 본관과 이어지는 다리를 지나 별관에 도착하면 구석 즈음에 위치한 호스피스 병동을 만날 수 있다. 삶은 언제나 죽음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죽음에 익숙해질 수 없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같은 공간에서 그는 자신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이토록 봉사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첫 번째가 건강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움직임이 결국 자신의 건강을 단련하는 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다. 기분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나의 행복을 나누는 일이 그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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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서서 느끼는 행복


한번은 호스피스 병동 환자 한 분이 목욕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함께 하는 봉사자와 그분을 힘겹게 목욕시켰는데 다음 날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데 3~4개월 후에 유가족분들이 찾아오셨더라고요. 너무 고맙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는데 참 기분이 좋았습 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질적으로 기분 좋은 일들이 아닙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마음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4, 5살짜리 아이를 보면 손자들이 생각나고 2, 30대 환자를 보면 자식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한번은 20대 여성이 간호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건강검진을 하던 과정에서 암을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여학생은 병동에서 3일 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그때 그는 자식을 떠나보낸 것처럼 가슴 아픔을 느꼈다. 인생에서 반 이상을 병원에서 지내온 그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에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도, 익숙해질 수도 없다.





 



봉사를 하면서 제 자신이 건강해지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거 하나가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이죠. 사실 저는 밖에 나가면 오히려 도움을 받을 나이지만 이공간에서는 제 자체로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 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꾸준한 반복에도 좀처럼 죽음에 무뎌지지는 않지 만, 봉사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즐거움으로 봉사활 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희망과 행복은 배가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그는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옆과 뒤를 돌아 보는 여유를 통해 진정한 삶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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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선택


모두에게는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시간의 분배는 스스로 꾸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를 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로 봉사다.


봉사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낸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시간을 낸다면 훨씬 더용기 있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지금 월··금은 노인 일자리, ·목은 호스피스 병동 봉사활동, ·일은 도서관 봉사를 나가고 있습 니다. 매일 3~4시간을 봉사와 일에 사용하고 있죠. 그리고 그 나머지 시간은 허리가 아픈 아내를 대신해서 집안 일을 도와주거나 제 몸의 건강을 위한 시간으로 쓰고 있어요. 제가 매일 밖에 나가면 아내가 싫어 할만도 하지만 나가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다. 그래서 그는 하 루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즐거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즐거움과 괴로움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므로 작은 나눔으로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봉사야말로 하루를 알차게 채울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말도 더했 다. 결국 그는 시간과 보람, 나눔과 행복 등 자신의 모든 선택이 인생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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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나를 사랑할 시간


그는 봉사를 통해 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내가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기에 자원봉사를 할 수 있으므로 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니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마저 생겼다. 예전과 같으면 길거리를 지나다가 힘든 사람을 발견해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 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군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을 배웠다.





 



봉사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길거리만 다녀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는 노인의 짐을 들어주는 일, 하다못해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봉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사란 거창한 이름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한 일이 아니기에 앞으로 10년은 더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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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발견


산다는 것은 어제 침대에 누웠다가 오늘 일어나 숨 쉬는 것이 아니라고, 그가 말했다. 움직이고 활동하는 삶이 진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몸을 움직인다. 일주일 내내 밖으로 나가 일하고 봉사한다. 물론 때로는 집에 있는 아내가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는 움직이는 것으로부터 살아있음을 느끼기에 멈출 수가 없다.





 



제 꿈은 오늘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에요. 끝까지 활동적인 삶을 살다가 가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복인지 모르실 겁니다. 언젠가 그 복이 저에게 돌아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봉사하며 죽음과 조금은 가까 워져 있었다.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삶이 죽음과 맞닿 아있는 것처럼 낯섦 속에는 언제나 익숙함이 숨어 있다.


그래서 병원 구석에 위치한 호스피스 병동을 들어서면 익숙한 노란 조끼를 입은 그가 말한다. 낯섦과 진짜 마주하며 그토록 익숙하던 를 찾게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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