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봉사, 자기주도적 봉사학습으로 탈바꿈해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참여봉사부장
이 상 진
지금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1996년부터 봉사활동이 학교 교육의 하나로 자리잡은 이래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대학교에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 봉사활동은 활동의 결과 자체보다는 활동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봉사학습(Service-Learning)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의무화되고 권장되어 지금까지 양적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의 청소년봉사활동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데 필요한 봉사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1년 <청소년자원봉사활동 실태분석 및 개선방향>에 따르면, 청소년의 76%가 ‘자원봉사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은 ‘시간부족’(36.2%)과 ‘인식 부족(31.5%)‘ ‘프로그램 부족(25.5%)’을 꼽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원봉사 활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봉사활동 내용이 청소년들의 적성과 흥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39.4%), ‘봉사활동 공간 및 장소가 부족하다’(21.7%)고 대답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과다한 학업으로 인해 봉사활동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같은 이유로 봉사활동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기보다는 일회적, 단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의무 봉사시간이 이수된 이후에는 봉사활동이 거의 중단되고 있다. 청소년의 인성발달은 물론 미래의 직업개발의 디딤돌이 될 봉사활동이 점수따기식의 활동으로 전락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이러한 중고등학생 시절의 자원봉사 문화가 대학에서도 대물림되고 있다.
대학의 사회봉사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하여 사회를 보다 깊이있게 체험하고, 전공교육과 연계하여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대학 사회봉사 질적 성장의 전환점 찾아야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회봉사 교과목은 교양과목, 선택과목, 실습 등의 형태로 개설되어 있으며, 활동결과는 이수학점 또는 이수여부(pass/fail제)로만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졸업을 위한 졸업봉사, 장학금 수혜를 위한 장학봉사 등 대학별로 독특한 봉사활동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결과,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전공에 관계없이 사회봉사를 쉽게 경험할 수 있었다. 대학사회봉사의 양적인 성장에 일정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허술함과 대학생들의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대학사회봉사는 원래의 시행목적과는 달리 졸업을 위한, 학점 이수를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상당수의 활동이 단순하고 정형화되어 있어 일회적, 형식적 활동으로 끝나고 있다. 자발성에 근거하여 실제 경험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우려던 학습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공과목과 연계한 지역사회 자기주도형 봉사활동 전개가 중요
대학생 자원봉사활동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봉사프로그램에 참여자인 학생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 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의사는 배제되고 학교 자체적으로 구성하거나 봉사기관 및 단체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의지해 실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봉사활동이 참가 대학생의 경험치나 능력, 전공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지고, 단기성과 일회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목과 연계하여 지역의 이슈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대학생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대학은 대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대학 사회봉사센터의 전담기구 설치 및 전문인력 배치 필요
대학의 사회봉사활동이 발전하려면 대학별로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회봉사 전담부서는 사회봉사를 관리하고 배치하고 교육하며, 인정과 보상, 프로그램 개발, 연구 등 대학의 사회봉사를 원활히 하는 데 핵심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 내에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고서는 사회봉사활동의 기획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 현재 일부 대학에 사회봉사센터, 사회봉사단 등의 독립된 전담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나, 대학마다 많은 차이가 있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우리나라 대학의 사회봉사 전담 기구 표준모델을 개발하여 대학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느끼게 하고 협동심과 책임감 등 공동체의식을 키워주는 훌륭한 교육 과정이다. 막 피어오르는 대학생 자원봉사의 열기를 일회성,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참여자 수를 늘리고 효과성을 높여 우리의 삶의 문화로 정착시켜가야 한다.
대학생의 전공과 연계한 봉사활동, 취업 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시민으로서의 능동적 사회참여, 성공 후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등생애를 통하여 헌신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살아 나아간다면 자아실현은 물론 공익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 나아가 전 지구적인 문제인 환경․빈곤․분쟁․재난재해 등 대학 자원봉사자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심각한 사회문제, 지구촌의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세계의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학 자원봉사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본 글은 Volunteer 경북 매거진 2012년 여름호에 수록된 칼럼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