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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을 따라 시간속을 거닐다 <경주시 김정자 씨>




숨결을 따라


시간속을 거닐다





 



매일을 여행하는 것처럼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시간


경주시 김정자 씨





 






 



매일이 새로운 여행


첨성대는 어떻게 1,400년 동안이나 무너지지 않았을까. 석굴암은 어떻게 1,300년 동안이나 그때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을까. 이런 수많은 질문에 누구보다 성실히 답해주는 사람이 있다. 신라 문화의 숨결이 잠들어 있는 경주의 문화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잘 이해하는 김정자 씨는 16년째 문화재 해설 봉사로 재능을 나누고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가 단지 불교문화, 종교를 넘어 우리 문화의 위대함이 담겨있음을 알려드렸을 때, 듣는 이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돌아갔을 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슴 벅참을 느낀다는 그녀는 언제나 봉사가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문화재 해설을 하다 보면 다양한 곳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는 봉사를 하는 매일이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 봉사와 공통점을 갖고 있어 좋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여행은 언제나 평범한 일상에 가슴 뛰는 설렘을 안긴다. 봉사를 여행과 동일시하는 김정자 씨는 지루한 일상에 봉사라는 여행을 통해 매일을 설렘으로 채운다. 그녀는 지금까지 16, 그리고 앞으로의 기약 없는 시간 동안 더 많은 나눔으로 매일을 채울 생각에 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김정자1.png


 


행복과 갈등 그 접점에서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봉사라는 것도 언제나 그녀에게 큰 보람을 가져다주지만, 또 어려움을 함께 가져오기도 한다. 사실 그녀는 가끔 봉사를 위해 하루 7~8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체력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은 늘 존재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봉사활동을 부탁하는 연락이 오면 늘 봉사날짜를 미리 정해놓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화재 해설을 봉사활동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 삼고 있기에, 일과 봉사가 겹쳤을 때 인간적인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번은 장애인들과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날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다른 일이 들어온적이 있었는데 사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저는 약속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봉사를 먼저 택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녀는 봉사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능을 나누길 원하지만 때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자원봉사를 부탁하는 연락이 오면 제 스케줄과 맞춰 가능한 날은 흔쾌히 수락합니다. 하지만 한번은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할 만큼의 여유 있는 분들이 봉사를 해달라는 연락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제가 문화재 해설을 하며 재능을 나누는 이유는 우리 문화에 대해 정말 알고 싶지만, 혜택을 받기 어려운 분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녀는 언제나 그녀 자신이 하는 일과 재능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약간의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이 일이 그녀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기에 항상 만족감을 느끼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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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일상의 행운으로


누구나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낯설고 두려운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정자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 덕분에 봉사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었다. 넉넉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늘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고자 했던 부모님의 모습은 김정자 씨가 거리낌 없이 봉사를 시작하는데 큰 배경이 되었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부족하고 힘든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유하거나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기에 누군가의 집에 연탄 200, 쌀 한 가마니를 선뜻 내어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밉게만 느껴졌고, 늘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부모님의 그 모습에 받은 영향이 참 컸습니다.”





 



가끔 걸려오는 그녀의 어머니 전화는 아직도 그녀가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다. 어린 시절 그토록 밉게만 느껴졌던 연탄 200, 쌀 한 가마니가 어머니의 칠순, 팔순에 반지와 목걸이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나눔이란 뭔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삶은 언제나 뜻밖의 행운이 있기에 더욱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그녀는 나눔의 대가로 반지나 목걸이가 아니라 단 한 가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제가 봉사를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성장한다면 어린 시절 제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거 하나만으로 제가 봉사를 하는 이유는 충분해요.”





 



 


김정자2.png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때로는 가장 쉬운 일이 가장 큰 일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주변인들이 봉사에 대해 질문해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경주 양동마을, 남산 쓰레기 줍기, 축제 교통차단 자원봉사 등 다양한 봉사들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제 주변에는 반찬은 정말 못하지만, 운전을 참 잘해서 도시락을 배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처럼 내가 가장 잘하는 작은 나눔으로 봉사를 시작한다면 봉사는 결코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잘 보일 수 있는 봉사로 나눔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봉사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장 봉사를 시작하고 싶다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봉사를 찾으라고 말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하루 24시간을 나눔으로 더욱 알차게 보내고 있는 김정자 씨. 오랜기간 갈고 닦아 키워온 그녀의 재능은 경주의 오랜 숨결 속에 스며들며 시간을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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