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상상이
현실이 되다
사랑을 담은 손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다
청도군 심경호 씨
변화의 문을 두드리자 재능이 찾아왔다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생활의 큰 변화다. 더욱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더욱 큰 변화다. 변화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변화를 불러오고 또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오랜시간 직업으로 삼았던 건설업을 그만두고 손재주 하나로 마술 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저 흘러간다고 생각했던 삶을 이제는 빈틈없이 즐기고 있다는 그는 청도군 자원봉사자 심경호 씨다.
“생업을 그만두고 지루할 정도로 놀다가 주변으로부터 평생교육사 교육 수업이라도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고민하던 중에 수업을 들으면 지루한 시간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면사무소에서 기초교육부터 심화교육까지 수료하고 평생교육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평생교육사로 활동하던 중에 군청 담당자로부터 동아리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아 좋은 손재주를 활용한 마술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 마술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심경호 씨의 마술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마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마술 학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제대로 된 마술을 배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마술사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하여 마술사에게 마술 도구를 만들어 주고 마술 비결을 하나둘씩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그의 마술 실력은 경로당이나 노인정을 찾았을 때 혼자 마술 공연을 이끌어 갈 정도로 발전했다. 막막하게 생각했던 ‘마술’이 어느덧 그의 ‘재능’이 되었고 그의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비워낸 만큼 다시 채워지는 마음
내키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심경호 씨는 봉사를 하는 이유가 그저 ‘좋아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술 공연을 하면서 받는 수많은 환호와 박수 소리는 그가 봉사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사실 마술봉사라는 것이 흔치 않습니다. 마술을 잠깐 보여줄 수는 있지만 마술 공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노인정이나 경로당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마술을 눈앞에서 직접 못 본 사람들이 태반이지요. 그래서 제가 봉사활동을 나가면 언제나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셔서 항상 어깨가 으쓱합니다. 저는 그 박수와 환호 속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보람은 특별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공연에 대해 보수를 받았다면 딱 그 보수만큼의 보람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을 누군가에게 무료로 나누고 있기 때문에 그 보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한정 짓는 일과 같다. 또한, 큰 보수를 얻는다고 해서 큰 보람이 따라 오는 것이 아니다.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비운다면 헤아릴 수 없는 큰 보람이 다가온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끊임없이 비워지는 마음을 하루하루 보람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나누고 싶은 마음, 더하고 싶은 재능
“보통 경로당이나 복지센터에 마술 공연을 갔을 때 5~6회 공연까지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마술 공연 1회에 아이템 20개 정도를 공연하는데 한 곳에 6회 이상을 방문하면 마술 아이템의 밑천이 바닥납니다. 그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전에 공연했던 마술을 또 보여드립니다. 그럴 때마다 노인들이 전에 봤던 마술이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저는 속으로 굉장히 속상합니다. 제가 현재 마술 공연을 통해 수익을 버는 것이 아니므로 고가의 마술 장비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도구를 직접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심경호 씨가 봉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프로 마술사는 아니지만 그는 마술 봉사를 할 때만큼은 언제나 프로의 자세로 공연한다.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의 마음마저 프로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벼랑 끝에서 나를 일으키는 단단한 마음
사실 심경호 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 것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변화하고 쌓아온 긍정의 힘 덕분이라고 그가 말했다.
“한번은 마술 도구를 만들다가 손가락 두 개가 잘리게 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손가락이 잘리면 절망하고 낙담하겠지만 저는 그 순간에 오히려 손가락이 두 개만 잘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고통이 덜어지더라고요. 물론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의연하게 견뎌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니 아픔이나 고통을 감수할 만큼 몸과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즐거움과 고통을 동반한다. 그것은 즐거운 시작이 고통스럽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며, 반대로 고통스러운 일의 마무리가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경호 씨의 기억 속에는 고통보다 즐거움의 비중이 크다. 즐거운 일이든, 힘들었던 일이든 그 마지막은 언제나 긍정의 힘으로 이겨낸 탓이다. 언젠가 그가 웃음치료사와 함께 봉사를 했을 때 치료사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사람이 웃으면 엔도르핀 속의 도파민이라는 마약 성분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성분은 꺼내 쓰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는 고통의 순간이면 늘 도파민의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나눔으로 긍정적 마음을 쌓고 기쁨의 의미를 알게 된 그가 이제는 중독처럼 나눔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새로운 시작을 가져오는 변화, 나눔
“시간이 없어서 봉사를 못 한다는 것은 정말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봉사를 시작해본다면 전과는 다른 삶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봉사를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경험을 했기에 많은 분들에게 더욱 봉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놀러 다니는 것도 행복하고 즐겁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은 순간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봉사는 평생의 보람으로 마음에 남아 불쑥불쑥 기억 속의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기 싫은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킵니다. 봉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을 때, 마음에 있는 욕심을 비웠을 때, 봉사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봉사를 통해 마술을 재능 삼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법을 배웠다. 상대방의 즐거움을 나의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을 뿐이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어느 시의 구절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자 그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그의 온기로 노인정, 경로당 등 곳곳에서 의미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봉사가 주는 삶의 커다란 변화, 그리고 되찾은 존재의 의미. 그것이 바로 손끝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재능 나눔이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