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에서 시작해
어느새 백 걸음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는 버릇, 봉사
성주군 이윤호 씨
사랑하는 사람들
‘성사모’의 뜻은 ‘성주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흔한 모임의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봉사를 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까지 흔하고 뻔한 것은 아니다. 50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봉사단체가 많은 성주군에서 스무 명의 회원들과 함께하는 ‘성사모’는 작은 모임의 축에 든다. 하지만 주변 이웃들을 향한 그들의 사랑은 굉장히 크고 무겁다.
“성사모의 회원들이 넉넉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봉사활동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모두 함께하는 것이죠.”
성사모를 구성하는 회원들은 이윤호 씨를 포함하여 모두 스무 명이다. 일반 직장을 다니는 다섯 명의 회원을 제외하고 모두 자영업 종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윤호 씨는 자신들의 봉사활동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져 올 수 있는 이유가 회원들의 시간적 여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모여서 하는 일에는 항상 시간의 한계가 따라오지만, 다른 직업의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봉사활동을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2001년도에 출발한 성사모는 올해로 15년째 나눔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윤호 씨가 성사모와 함께 봉사를 시작한 것도 역시 15년째이다. 그는 처음에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2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봉사에 대한 꾸준한 마음과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회원들이 알아주었기 때문에 그에게 회장이라는 큰 역할을 맡긴 것이다.
함께 모여 더욱 크게
“저희가 처음부터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휴지 줍기 같은 간단한 봉사활동들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개인으로 큰 나눔을 하고 계신 분을 알게 됐는데, 그때 우리는 스무 명이나 모여 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단체로서 더욱 큰 나눔을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집수리 봉사였어요.”
그는 한때 봉사활동은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콩 한 쪽밖에 없는데 그것을 나누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은 그에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그 콩 한 쪽을 내어주는 것을 보고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그는 알게 되었다. 봉사활동은 많이 가졌거나 형편이 넉넉해서 남는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성사모와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휴지 줍기 같은 작은 봉사에서 시작한 그는 이제는 스무 명의 회원들과 함께 한 가족에게 행복한 꿈만을 꾸게 해주는 보금자리를 선물하고 있다. 이윤호 씨 자신과 회원들은 건축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처음에는 집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어지는지조차 몰랐던 그들이 이제는 능숙하게 벽지를 바르고, 집을 수리해간다. 이제는 웬만한 프로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 속에서 그들은 소외된 이웃들에게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작은 희망을 전해주었다. 이윤호 씨는 가진 것을 나누자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서 희망까지 묵묵히 걸어왔다. 작게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큰 백 걸음이 된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다
“솔직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체력이나 제 자신한테서 오는 이유로 인해 힘들 때도 있지만,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훨씬 힘들어요.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제가 낯선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다. 이윤호 씨가 봉사활동을 나가는 현장의 이웃들에게 집은 자신들의 치부이다. 곰팡이가 여기저기 피어있고, 쥐가 돌아다니는 집을 선뜻 보여주기는 힘들다. 그리고 설령 집을 수리해 주겠다는 선한 마음에서 오는 행동이라도 구석구석 자신의 집을 살피는 성사모 회원들을 진심으로 반겨주기란 힘들다. 그래서 이윤호 씨와 성사모 회원들도 항상 집수리의 첫 단계를 설득으로 시작해 자신들의 진심을 전한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그늘을 이해하려 자신들도 노력하고, 그 노력의 과정을 이웃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끝에 항상 이웃은 그들의 마음에 고마워하고 감사해 한다.
“처음에 봉사를 가면 집수리를 안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설득에 설득을 해서 결국 수리가 끝나면, 처음에 수심 가득했던 어두운 얼굴에 미소가 퍼지면서 환하게 바뀌어요. 그 순간을 볼 때 마다 봉사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죠.”
그가 하는 모든 고생의 대가는 미소 하나면 충분했다. 오히려 그 미소가 그에게는 억만금의 돈보다도 값진 것이다.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 미소가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자신이 누군가에게 웃음을 선물했다는 사실은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미소는 그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가스배달업에 종사하는 그는 평소에 이곳저곳 배달을 다니느라 여러 집들을 지나친다. 예전에는 노후 된 집이나 다 쓰러져가는 집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곳에 내려 집 상태를 한 번쯤은 둘러보고 이미 수리봉사를 다녀온 집들도 지나치지 않고 꼭 들러 상태를 점검한다. 요즘은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실례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윤호 씨의 관심은 실례가 아니라 ‘정(情)’이다.
진심을 나누는 ‘정(情)’
이윤호 씨는 봉사의 정의를 ‘나눔’이라고 내렸다. 자기가 가진 작은 행복을 이웃들에게 전하고 크든 작든 자신의 진심을 나누는 ‘정(情)’의 과정이다. 그는 언제나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거창한 활동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작은 도움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그 크기는 몇 배가 된다. 그는 그래서 작은 봉사활동이라도 더 많이 참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이제 봉사가 생활이 되어 버렸어요. 오히려 봉사가 생활의 원동력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버릇이 된 것 같아요. 안 하면 허전하고 괜히 찝찝한 그런 일이 봉사가 되어 버린 거죠.”
성사모 회원들은 두 달 동안은 집수리 봉사를 하고, 한달은 앞선 봉사활동에서 보였던 개선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그다음 봉사활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가지고 있다. 일 년으로 따지면 4번 정도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보았을 때는 그렇게 자주가 아니겠지만 이윤호 씨와 회원들에게 이제 봉사는 버릇이 되어버렸다. 하지 않으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이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었던 봉사활동을 버릇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항상 마음속에 새기는 한 마디에 있다.
‘덕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덕에 이르고자할 때 이른다.’라는 한마디는 그가 항상 나눔을 미루지 않고 당장 실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봉사는 정말 힘든 일이 맞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면 선뜻 실행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이윤호 씨는 봉사의 첫 번째는 마음이고 두 번째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마음에서 실천이 오는 것이다. 그는 봉사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자마자 바로 봉사단에 가입했다. 그래서 그는 봉사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봉사란 하고자 할 때, 바로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