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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김정미 씨> 나누는 즐거움에 감염되다

나누는 즐거움에


감염되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설렘과 책임감


청송군 김정미





 






 



우연히, 계속


처음에 봉사를 시작할 때는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만둘 수도 없고, 그만둘 생각도 없어졌죠.”





 



누군가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하고, 내가 가지 않았을 때 실망할 그 사람의 얼굴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김정미 씨는 항상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웃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봉사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청송군의 진보병원에 들렀다가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목욕봉사자를 구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이 조건에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참여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오랫동안 누워있던 사람들을 씻기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나는 냄새마저도 익숙하지 않아서 쉽게 지쳐만 갔다. 하지만 항상 사람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을 최소한의 인원들이 해내는 것을 보면서 자신마저 그만둔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활동 자체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도움을 더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어진 일만으로도 힘들었는데 활동을 즐기다 보니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송 같은 경우에는 오지에 위치한 곳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미용실에 가는 것 자체를 엄두도 못 내요. 그래서 미용봉사를 시작하게 됐죠.”





 



젊은 시절에 미용실을 운영했었던 김정미 씨는 결혼과 함께 미용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더운 여름날에 덥수룩한 머리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는 장애인들과 노인분들을 보면서 다시 가위를 들었다. 8년 전, 봉사라는 것은 전혀 모르던 가정 주부였던 김정미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잊어버리고 있던 여러 가지들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일상에도 소소한 기쁨은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에서 오는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가족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위해 자신의 힘을 보태고, 그 힘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의 인생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 감정들은 그녀에게 그녀 자신으로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우연에서 시작한 봉사가 이제는 필연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녀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김정미1.png


 


말 한 마디가 주는 기쁨


취미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직업까지 생겼어요. 처음에는 노인분들에게 사물놀이 수업봉사를 5년 동안했는데, 봉사활동이 강사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김정미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바로 시니어 사물놀이 강사다. 5년간 무료로 수업을 이어온 그녀의 꾸준함을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봉사가 그녀를 세상의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녀가 봉사에 대한 꾸준함을 지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단체에 소속되어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개인으로 봉사활동을 찾아다니고, 그곳에 정기적으로 가는 것은 몇 배로 힘들다. 혼자 하는 결심보다 여럿이서 하는 결심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8년 동안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고 그곳을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저는 봉사활동을 스스로 기쁨을 얻으려고 해요. 도움 받으시는 분들이 고맙다, 복 받을 거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한테는 계속해서 봉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에요. 돈보다 더 큰 이유죠.”





 



그 꾸준함의 힘은 바로 말 한마디다. 도움을 받은 이웃들이 그녀에게 건네는 감사인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그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그리고 감사인사는 사람을 항상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스 레어는 칭찬은 인간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햇볕과 같아서 칭찬 없이는 자랄 수도, 꽃을 피울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사람들의 감사인사도 햇볕같은 힘을 가진다. 그 햇볕을 통해 그녀는 8년 동안 꽃을 피우고 있다.





 



 


김정미2.JPG


 


마음을 멀리 쓰다


항상 왜 이럴까, 왜 이렇게밖에 안되지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되면 화부터 나고요. 주변 사람들한테 화풀이도 많이 했죠. 하지만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로 모든 일에 안돼도 이렇게 해보자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 제 마음까지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녀는 이웃들에 대한 배려로 자신의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타인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마음을 멀리 쓰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멀리 쓴 만큼 자신의 마음도 넓어졌다. 넓어진 마음은 그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니 그 영향이 가족들에게까지 번져나갔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는 모든 봉사활동을 존중해주고, 그 의미에 대해 공감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공감은 자신이 자유롭게 하루를 봉사활동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 자주 찾아가겠다는 이웃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김정미3.JPG


 


즐거움에 감염되다


자원봉사는 저만의 즐거움과 기쁨이죠. 봉사가 주는 기쁨은 아마 봉사자에 따라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봉사활동이 바이러스 같아요. 즐거움에 감염돼서 자꾸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봉사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고단함보다 즐거움이 더 크게 남아요.”





 



김정미 씨의 봉사활동에 이제 즐거움만 남아있다. 작은 즐거움들이 모이고 모여서 힘든 감정들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즐거움이 바이러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는 그녀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서 삶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봉사활동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들도 김정미 씨처럼 삶의 행복을 찾기를 기대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실 고단함에 가린 즐거움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산 밑에서 바라보는 정상은 멀지만,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정상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행복도 마찬가지다. 해내다 보면 언젠가 찾아오는 것이다.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일단 한 달이면 한 달, 일주일이면 일주일, 일단은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한번만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야 즐거움을 알 수 있어요. 즐거움은 단기간에 알 수 없거든요.”





 



모든 보람이나 기쁨은 용기에서 시작한다. 시작하는 용기, 그 시작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어려움에 쉽게 지지 않는 용기, 그 작은 용기들이 모여서 사람들 간의 마음의 벽을 부수게 되는 것이다. 처음으로 낸 용기가 김정미 씨를 이웃들의 담장 안으로 이끌었다. 자신만의 담장 안에 갇혀있기만 한다면 절대로 행복한 삶으로 걸어나갈 수 없다. 이제 우리도 그녀처럼 담장 밖으로 걸어나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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