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의 어제와 오늘,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구자행 센터장님을 밀착취재하다!
전국에는 총 248개의 자원봉사센터가 있다. 자원봉사센터는 각 지역에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연결해 주는 등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자원봉사는 어느덧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변화해 가는 사회 속, 자원봉사 역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구자행 센터장님을 만나 밀착취재 하였다.
Q. 전국에 자원봉사센터가 출범한지 평균 10년 이상이 됩니다. 10년을 거친 자원봉사.
우리나라 자원봉사의 현 주소가 궁금합니다.
A. 한국의 자원봉사센터 효시는 1984년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운영한 ‘자원봉사인력은행’이지만, 본격적으로 전국에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된 것은 1996년부터입니다. 자원봉사센터 가 설립된 후 한국의 자원봉사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첫 번째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제정, 자원봉사 국가기본5개 년 계획의 수립 등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 체계화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자원봉사자들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의 참여가 꾸준하게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반면에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도 있습니다. 자원봉사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역량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민간의 자율성을 더욱 확립해야 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합니다.
Q. 지난 10년동안 봉사자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청소년의 자원봉사 활동 중요성이 대두 되는 등 자원봉사의 환경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자원봉사센터의 역할도 변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10년 전과 현재,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은 어떻게 변했나요?
A.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는 자원봉사센터의 사업내용이 규정되어있습니다. 자원봉사자의 모집과 배치,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네트워크, 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역할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활동의 추진방향과 추진과정은 변하고 있습니다. 지역적 편차는 존재하겠지만, 자원봉사센터의 사업이 지역 또는 주민밀착형으로 바뀌는 것으로 진단합니다. 사업의 테마도 마을만들기나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함께 협력하는 공동사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센터가 자원봉사자들을 대상화시키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 보면 자원봉사자들을 활동의 중심으로 세우려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과정도 주입식에서 참여형으로, 행사의 기획부터 자원봉사자를 결합시키고, 자원봉사 교육강사양성 등 점차 자원봉사센터의 권한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자원봉사센터는 직접 사업을 하는 기관이 아니고, 풀뿌리자원봉사단체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기 때문입니다.
Q. 현 우리사회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들이 결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센터가 그들의 존재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변화해 가는 환경 속, 자원봉사센터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요?
A. 90년대 중반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었을 즈음에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조직현황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흔히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친정부적 국민운동단체, 사회복지분야의 개발복지단체 등으로 크게 구분되었고 역할도 크게 중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지역주민의 욕구가 다양해지다보니 여러 가지 유형의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NGO센터를 비롯하여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주민자활지원센터 등입니다. 물론, 이런 중간지원조직과 자원봉사센터의 기본 성질은 다릅니다. 그러나 자원봉사센터가 주민밀착형으로 갈수록 활동이 중복되는 부분은 더 커질 것입니다. 어쩌면 자원봉사센터의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기는 더 전문화된 중간지원센터의 등장으로 센터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고, 기회는 이러한 전문적인 중간지원조직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때 자원봉사센터의 사업은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문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센터관계자들의 역량이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자원봉사센터는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을 묶어내고 지역의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메타센터(meta-center)의 위상과 역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단순 노력자원봉사에서 현 자원봉사는 다양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을 바탕으로 한 자원봉사 마을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자원봉사 영역을 발굴, 확대하는 것에 대해 ‘현 센터의 역할만으로도 힘들다’, ‘자원봉사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센터장님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A. 자원봉사의 사회적 역할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문제가 발생되고 해결되는 과정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의 활동방식으로는 사회문제의 해결은 커녕 이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자원봉사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길밖에 없습니다. 즉, 지역의 주민 및 유관단체들과 연계협력하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지역의 욕구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시험공부에 비유할 때 과거의 활동영역 및 프로그램을 사지선다형 또는 단답형 문제를 잘 푸는 공부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논술형 문제를 잘 푸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자원봉사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테마를 개발하여 지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배경이 있다보니 최근 마을만들기 등의 테마형 자원봉사프로그램이 강조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현 자원봉사계는 자원봉사 참여율 증가를 위한 방안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원 봉사 참여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참여율 증가와 자원봉사자의 인정 보상체계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다소 난감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자원봉사계의 일부에서는 참여율 증가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원봉사의 사회적 영향력 제고 및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정보상체계에 대해서도 입장이 서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 무 토막 자르듯이 한편의 입장을 두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외 동향은 ‘자원봉사의 근본’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즉, 자발성의 문제, 사회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의 질적 성장의 필요성, 자원봉사 핵심인력의 역할과 역량강화 등 외부적 지원과 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봉사 내부에서 스스로 갖추어 나가야할 과제가 강조되어야 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녀의 용돈을 올려준다고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에 대한 인정보상도 그 이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2014년, 자원봉사의 발전을 위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A. 제가 올해 초 중앙센터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연초부터 2014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수차례 워크숍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구상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면 할수록 “자원봉사센터는 특별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도의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사업과제는 크게 16가지입니다. 그러나 사업내용과 관계없이 모든 사업은 ‘기본에 충실한다’라는 대명제에서 출발하여 대명제로 귀결시켜나갈 생각입니다. 좀더 풀어서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자원봉사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센터 실무자들의 역량강화에 집중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자원봉사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자원봉사의 협력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자원봉사가 사회적 문제를 진단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책임성과 전문성,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입증시켜 나가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러 가지 많은 부분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광역과 기초센터에서 바라는 바에 부응할 수 있도록 2014년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구자행 센터장님과 현 자원봉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를 하며, 사회가 복잡하게 변화해 가지만 우리는 ‘자원봉사의 근본’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자원봉사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었다. 바쁜 와중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구자행 센터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본 글은 Volunteer 경북 매거진 2013년 가을호에 수록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