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회장은 본래 대구가 고향이다. 대구에서 미술을 전공하였고 결혼을 하며 봉화로 거주지를 이동한 그녀는 봉화에 뿌리를 내린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봉화 전역을 아름다운 벽화로 물들이기 위해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순희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또 꽤 재능이 있어 잘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 때는 본인의 그림실력에 대해 자만심을 가지기도 했고 자신이 가진 재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그림에 대해 새롭게 느낀 것은 우연히 참석한 종교모임에서였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곤 ‘나의 그림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도 있구나, 다른 사람이 즐거워 하니 나도 즐겁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순희 회장에게 그림이란 ‘내가 잘하는 재능’을 벗어나 ‘남들에게 전할 수 있는 고마운 도구’로 변했다.
봉화에 와서 이순희 회장은 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하고 방과 후 교실의 교사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그림과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그런 그녀가 그림을 자원봉사와 본격적으로 접목한 것은 한 요양시설에서였다. 평소 꾸준히 자원봉사활동을 해오던 기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그 프로그램의 참여를 계기로 이순희 회장은 자신의 재능인 그림을 봉사활동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림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화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세요. 자칫 심신이 약해질 수 있는 어르신들이 집 가까이에서 밝은 그림을 보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순희 회장은 자신의 재능을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벽화 활동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활동 초기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봉화군자원봉사센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2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회원으로 구성된 봉화 벽화 전문봉사단 ‘벽사랑’ 회원들의 힘이 보태져 지금은 지역에서 활발하게 벽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순희 회장이 벽화를 그릴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벽화는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 합니다.”
이순희 회장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순희 회장은 지역민들의 행복을 위한 활동들이 더욱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사는 마을을 내가 사랑하고, 나뿐만 아니라 내 자녀까지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든다면, 자연스레 외지 사람들도 찾아오고 싶은 우리 마을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벽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지역을 아름답게 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밝고 아름다운 벽화를 보며 심리적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순희 회장은 벽화를 그릴 때 색감을 중요시 생각한다. 특히 명도가 높은 색을 많이 쓰는데, 이는 밝은 색이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낡은 벽에 밝은 느낌의 벽화를 그리게 되면 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데 실제로 봉화의 어두운 몇몇 골목은 지역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는 등 탈선의 장소였지만, 밝은 벽화를 그린 뒤로 그러한 일이 줄어들었다 한다.
이순희 회장은 벽화 봉사활동 이 외에도 봉화군 여성자원봉사대의 회장으로써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활동, 이미용, 찐빵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천역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시가 있는 분천역’을 조성하고 있는데, 분천역 한 켠에 마련된 공간에 시집을 채워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기에 채워지는 시집은 지역민, 전국 문인협회 등을 통한 사람들의 순수기부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봉사활동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물음에 이순희 회장은 망설임 없이 ‘자원봉사는 세답족백’, 즉 남을 위해 시작한 일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활동이라 말한다.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활동을 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봉사활동을 하며 오히려 제가 더 얻은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제 삶이야말로 더 건강해지고 행복 해졌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닌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활동하고 있는 이순희 회장과 벽사랑 봉사단. 그들의 발걸음에 응원을 보내며, 자원봉사로, 벽화로 보다 따스하고 정겨운 봉화군이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본 글은 경북자원봉사센터 매거진 더 봄 2014년 봄&여름호에 수록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